24/12/25

굿모닝 대한민국 미식 투어 표고버섯 찰솥밥 섬진강 재첩국 한상 맛집 식당

 굿모닝 대한민국 미식 투어 표고버섯 찰솥밥 섬진강 재첩국 한상 맛집 식당

 굿모닝 대한민국 미식 투어 표고버섯 찰솥밥 섬진강 재첩국 한상 맛집 식당

 굿모닝 대한민국 미식 투어 표고버섯 찰솥밥 섬진강 재첩국 한상 맛집 식당



미식 투어 – 먹을 만한 한 끼

하동의 아침, 표고 향으로 피어오르다

이른 아침, 찬 공기를 가르며 상여자가 도착한 곳은 경남 하동의 한 마을. 하동은 섬진강이 굽이치며 흐르고, 지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고장이다. 겨울의 아침 공기는 매섭게 차지만, 그 속에는 물기 가득한 강안 안개와 흙 냄새가 섞여 묘한 온기를 품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소박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식사”인 아침밥 한 끼를 만난다.

여행길에 올랐던 상여자(프로그램의 MC)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하동에서는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처럼, 이곳의 한 밥상에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사람의 손과 정성, 그리고 땅과 계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리산 아래 ‘표고밥 농장집’의 하루

이번에 그녀가 찾아간 식당은 표고버섯 찰솥밥과 섬진강 재첩국 한 상으로 유명한 집이다. 식당은 크지 않지만, 문을 여는 순간 풍겨오는 향이 남다르다. 문틈 사이로 퍼지는 구수한 냄새는 바로 ‘표고버섯’을 말릴 때 나오는 향기. 이곳은 단순히 표고를 사다가 쓰는 곳이 아니라 직접 농장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부부 식당이다.

주인장은 이 마을 태생의 농부 출신으로, 30년째 표고를 길러 왔다고 한다. 산자락 아래 자리한 표고 농장은 사계절 변화에 따라 다른 향을 품는다. 봄에는 산기운이 돌아 신선하고, 여름에는 습한 공기 속에서도 버섯이 단단하게 자라며, 가을에는 말린 표고의 향이 절정에 이른다. 특히 겨울 끝 무렵에는 하룻밤 새 온도 차가 커서 버섯의 향이 더욱 진하게 배어난다고.

그가 직접 수확한 표고는 손질 후 자연 건조대에 걸어두고, 바람결에 천천히 말린다. 인공 건조기가 아니라 햇볕과 바람만으로 말리기 때문에 향이 순하면서도 깊다. 식당에서는 이 말린 표고로 찰진 밥을 짓는다. 찹쌀과 멥쌀의 비율을 세심하게 맞춘 뒤, 잘게 썬 표고를 넣고 정성껏 뜸을 들인다. 솥뚜껑을 열면 그야말로 향기의 폭포가 터진다. 고소하면서도 흙냄새 같은 깊은 향, 거기에 버섯이 낸 감칠맛이 김처럼 올라온다.


표고 찰솥밥, 한 숟가락의 농심(農心)

밥상 위에는 단정한 찬들이 놓인다. 가지무침, 시래기나물, 직접 담근 장아찌, 그리고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그 어느 것 하나 간이 세지 않다. “우리 밥상에는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요.” 주인아주머니의 말처럼, 모든 찬에는 자연의 맛이 살아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건 표고 찰솥밥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탱글탱글한 찹쌀의 식감과 함께 버섯의 감칠맛이 퍼진다. 버섯의 향이 은은하고, 밥 자체가 달큰하다. 여기에 장아찌를 곁들이면 아침부터 입안이 깨어난다.

식당에서는 솥밥을 다 짓고 나면 마지막에는 꼭 ‘누룽지’를 남겨 둔다. 손님이 찬밥을 퍼간 뒤, 남은 밥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 숭늉을 만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숭늉 한 모금은 겨울 아침의 완벽한 마무리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곡물 향이 속까지 번져온다.


섬진강 재첩국, 하동의 아침을 깨우다

표고 솥밥만큼이나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섬진강 재첩국이다. 하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재첩이다. 섬진강의 깨끗한 물에서만 자란다고 알려진 작은 조개로, 하동 사람들의 오랜 식탁 친구다.

주인장이 들려준 이야기로는, 재첩은 해가 뜨기 전, 새벽 안개가 낀 강가에서 작업하는 어민들이 건져 올린다고 한다. 그날 새벽에 잡은 재첩으로 국을 끓여 오전 중에 손님상에 내놓는 것이 그들의 일과. 그래서 이곳의 재첩국은 “진짜 아침의 맛”을 가진다.

재첩국은 맑은 국물이지만 깊은 맛이 난다. 멸치나 다시마 육수를 쓰지 않고, 재첩 자체에서 우러나는 시원하고 단백한 감칠맛이 핵심이다. 깨끗이 씻은 재첩을 끓이다가 소금 한 꼬집, 다진 파, 그리고 약간의 국간장을 넣는 것이 전부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사르르 떠오르는 뽀얀 거품과 특유의 은은한 향이 하동의 새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따끈한 밥 한 숟갈에 재첩국을 한 입 떠 넣으면, 완전한 조화가 이뤄진다. 향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지만, 먹을수록 깊은 맛이 혀끝에서 살아난다. 속이 풀리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확연하다. 그래서 이곳의 손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하동에서는 아침밥으로 재첩국을 먹어야 몸이 풀려요.”


‘자연이 차린 밥상’의 진정한 가치

주인 부부는 음식 이야기를 넘어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농장에서 나는 걸 그대로 식탁에 올려요. 버섯도 쌈채도 다 우리 밭 거예요. 손맛보다 중요한 건 흙맛이죠.”

이들의 밥상은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처럼 반짝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그릇 먹다 보면 미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정직하게 지은 밥의 힘’ 때문일 것이다. 음식에 담긴 정성과 인내가 먹는 이를 편안하게 감싼다.

지리산의 물과 흙, 섬진강의 바람, 그리고 부부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한 상. 그 한 끼는 “잘 먹는 법”을 다시 일깨워준다. 화려한 맛보다, 천천히 씹히는 밥알 속의 힘을 느끼는 법을.


상여자의 한 줄 평

상여자는 먹고 난 뒤 웃으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밥상이 아니라, 하동의 아침 인사 같아요.
‘잘 자고, 따뜻하게 먹고, 오늘 하루도 힘내라’는 말이 밥 속에 들어 있어요.”

추운 겨울, 언 손을 녹이며 먹는 따뜻한 한 숟갈 밥.
세상에 더 값진 미식이 있을까.
하동의 이 집은 ‘소박함의 결정체’, 그리고 아침이라는 의식(儀式)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