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정보 스타의 고장 김보화 익산 메타세쿼이아 정원
생생정보 스타의 고장 김보화 익산 메타세쿼이아 정원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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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시 황등면의 한적한 농촌 마을 어귀에는 한국에서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간정원 아가페정원이다. 정원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뜻을 지닌 '아가페'의 의미처럼,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배려하며 탄생했다. 1970년대 초 고(故) 서정수 신부의 손길로 시작된 이곳은 원래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정양원 내에 터를 잡았다.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다는 취지로 숲을 일구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가꿨던 이 정원의 뿌리를 알 수 있다.
수십 년간 일반인들에게 철저히 출입이 제한됐던 이곳은 2021년,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비밀의 정원'에서 비로소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그 후 아가페정원은 전라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집중적인 정비와 문화공간으로의 탈바꿈을 맞이한다. 이제는 지역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익산의 명소로 우뚝 섰다. 정원의 규모는 3만 평에 달하고, 각 구역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기억이 함께 어우러지는 정서적인 휴식처가 된다.
정문의 입구를 지나면 마치 동화 속 장면과 같은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다. 수령 50년이 넘는 이 메타세쿼이아는 약 500여 그루 남짓 심어져 있으며, 하늘로 곧게 뻗은 풍경이 웅장하면서도 신성한 느낌을 자아낸다. 봄에는 연둣빛 새순이 파릇파릇하게 돋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가을에는 화려한 황금빛 단풍이 울창한 숲을 물들인다. 겨울이 되면 잎이 진 메타세쿼이아가 고요한 자태로 숲의 고요함을 강조한다. 방문 시기마다 다른 표정의 숲길은 걸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단순히 나무가 늘어서 있는 산책로가 아니다. 40m가 넘는 나무들이 성벽처럼 늘어서 있어 자연의 성당에 들어온 듯한 경건함을 선사한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메타세쿼이아 특유의 바람 소리와 향긋한 흙내음이 오감을 자극한다.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여 누구나 인생사진을 남기기에 더없이 좋다. 일부 구간에는 벤치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잠시 앉아 휴식하기에 적합하다.
아가페정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영국식 포멀가든이다. 포멀가든은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로 배치돼 있으며, 계절마다 색색의 꽃들이 만개한다. 특히 백일홍 개화기가 되면 붉은 꽃물결이 가득해진다. 향나무, 소나무, 섬잣나무, 공작단풍 등 17종 이상의 나무와 관상수가 조성돼 있고, 정교하게 모양을 다듬은 살아있는 조형예술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각의 시즌마다 특별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봄에는 수선화, 튤립, 목련, 작약, 패랭이꽃 등이 대지를 수놓으며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름에는 왕벚나무, 금계국, 수국이 정원 곳곳에 피어난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국화, 단풍이 바람 따라 나부끼고, 겨울에는 포근한 눈길과 앙상함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원의 분위기를 바꾼다. 이렇듯 사계절의 변화가 또렷한 점은 아가페정원의 특별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정원 한쪽에는 향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산책로가 별도로 있다. 고즈넉하게 자란 향나무들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가지를 내밀고 있다. 향나무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되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이곳은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진정한 평온과 힐링이 찾아오는 장소다.
아가페정원에는 '숲속 한평 도서관'이라는 독특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자연 속의 작은 서재인 이곳에서는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최고의 사색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편안한 의자와 그네가 곳곳에 있어 장시간 머무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전체적으로 정원은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다. 일부 지역은 오래된 숲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두었고, 다른 일부는 정원사들의 손길로 세심하게 다듬어진 모습이다. 조화를 이룬 다양한 식생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각종 야생화와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관찰자에서 자연의 일부가 된다.
아가페정원은 입장료와 주차비가 모두 무료다. 누구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와 주변인들을 위해 힘써 온 아가페정양원의 정신을 이어받았기에 가능한 마음이다. 넓게 확보된 무료 주차장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대형버스도 쉽게 주차할 수 있다.
정원의 운영시간은 계절별로 다르다. 하절기(3월부터 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동절기(11월부터 2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이다. 평일에는 별도의 예약 없이도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단,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2주 전까지 전화로 사전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종일 가능한 것이 아니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네 타임(9시, 11시, 13시, 15시) 중에 선택해서 입장해야 하며, 한 타임당 최대 2시간씩, 150명으로 입장 인원이 제한된다.
아가페정원은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방문 시 몇 가지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반드시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정원을 둘러봐야 하며, 쓰레기나 음식물 반입, 반려동물 동반 입장은 삼가야 한다. 식물 보호를 위해 나뭇가지나 꽃을 꺾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용히 정원을 산책하며 자연 본연의 소리를 만끽하고 돌아가는 것이 이곳만의 문화다.
주변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소박한 카페와 맛집, 지역 농산물 직판장이 운영되고 있다. 먼 길 오시는 방문객들은 정원 관람과 식사, 그리고 간단한 농산물 쇼핑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자가용 방문이 가장 편리하지만, 익산역 및 터미널에서 버스나 택시로도 찾아갈 수 있다. 버스 배차는 타 교통수단 대비 간격이 긴 편이므로 시간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좋다.
아가페정원은 50년 넘게 한결같이 가꾸어 온 정성과 배려,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공간이다. 경건하고 아름다운 숲, 사색과 힐링 공간, 눈부신 사계절의 변화가 있는 특별한 명소로 손색이 없다. 특정 시즌에는 꽃 축제나 자연 체험행사 등 소규모 프로그램도 열리니 일정에 맞춰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익산의 아가페정원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마을의 숲일지 모르나, 알고 보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자 한다면, 이곳에서 하루쯤은 여유를 가져보길 바란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을수록 아가페정원의 깊은 숲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위로와 감동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