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기억력의 관계는 현대 뇌과학과 신경생리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인간의 기억력은 다양한 신경 회로와 뇌 부위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며, 수면은 이 과정에서 필수적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은 뇌에서 사실, 경험, 사건 등을 오래도록 저장하는 능력, 즉 서술적 기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뇌는 낮 동안 쌓은 정보를 해마라는 부위에 저장했다가, 수면 중에 다시 정리해 대뇌 피질로 옮겨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면이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리는 기억의 공고화 과정이다. 공고화란 새롭게 학습하거나 경험한 정보를 뇌가 다시 되짚고, 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수면의 단계 중에서도 비렘(Non-REM) 수면, 특히 서파수면 단계가 기억력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서파수면에서 뇌는 느린 뇌파와 다양한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키며, 정보 편집과 저장 작업을 활발히 진행한다.
뇌 연구에 따르면, 뇌가 충분히 휴식하고 깊은 수면에 들었을 때 기억과 관련된 뉴런이 가장 활성화된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면 뉴런의 활성화가 현저히 저하되어 기억력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KAIST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한 실험에서, 수면 부족이 해마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켜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상적으로 수면을 취한 집단과 수면이 부족한 집단을 비교한 결과, 기억력 수치가 최대 19%까지 차이 나기도 했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기억 습득과 재생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일상적인 학습이나 경험도 뇌에 온전히 저장되지 않는다. 이는 미래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암기할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뒤에는 쉽게 피로를 느끼고 멍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는 명백한 신호다.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의 다양성도 감소해, 뇌 기능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수면 중에는 해마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정보가 다시 활성화되고, 이 과정에서 정확한 기억이 장기적으로 저장되도록 돕는다. 이때 활성화되는 sharp-wave ripples라는 신경 신호 패턴이 수면 부족보다 정상적인 수면 동안 더 높게 생성된다.
수면 부족이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 연결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며, 특히 기억 형성과 관련된 해마 영역에서는 그 변화가 두드러진다. 즉,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않으면 시냅스의 종류가 줄어들어 정보 전송과 기억 저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파수면 단계에서는 기존에 얻은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재조합해 보다 체계적으로 기억을 저장한다. 낮에 얻은 정보를 밤 사이에 뇌가 활발히 편집하는 ‘기억의 정리 시간’이 바로 서파수면이다.
수면방추파(Spindle wave) 또한 기억력 강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다른 종류의 뇌파와 상호작용하며 기억 형성과 재활성을 촉진한다. 휴식 중 해마 부위에서 방추파를 유도하면 똑같은 정보를 두 배 가까이 더 강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편,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많을 때 오히려 기억력이 저하되는 반전 결과도 있다. 하루 9~10시간을 초과해서 잠을 자면 뇌의 기억력 오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도 있다.
특히 10시간 이상 숙면한 집단은 기존 7시간 전후의 적정 수면을 취한 집단에 비해 기억 오류율이 최대 11%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즉, 지나친 수면은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한 경우뿐 아니라, 과도한 수면을 장기간 지속하면 뇌의 인지 능력과 정보 분류력이 떨어진다. 이는 뇌가 필요 이상으로 휴식 모드에 머물면서, 오히려 정보 편집 능력이 저하되는 ‘과다수면 역효과’ 때문이다.
최적의 수면 시간에 대한 의학적 연구는 일관되게 하루 7~8시간의 숙면을 권장한다. 이 시간은 기억력뿐 아니라 집중력, 문제 해결능력, 감정조절 등 뇌의 모든 인지기능 유지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평가된다.
적정 수면을 취할 때 뇌는 낮 동안 습득한 모든 정보를 해마와 대뇌피질을 통해 정확하게 정리하고 장기 기억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반면 수면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경우에는 이러한 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보가 쉽게 사라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령에 따라 필요한 수면 시간이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성인 기준으로는 7~8시간이 가장 권장된다. 청소년과 어린이의 경우 뇌 성장과 발달을 위해 더 긴 수면 시간이 필요하다.
잠이 기억력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과학적으로 다수의 실험과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왔다. 그러나 ‘많이 잘수록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단순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수면은 해가 될 수 있다.
기억력 강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적정 수면을 규칙적으로 취하면서, 깊고 질 좋은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면 환경 개선,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유지, 전자기기 사용 줄이기, 카페인 섭취 조절 등이 건강한 수면 관리의 핵심이다.
수면 부족이 만성화될 경우 학습과 작업 수행능력 저하, 감정 기복 증가,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업무 효율까지 전반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기억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면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정량의 숙면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수면의 질도 매우 중요하므로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직결된다.
이상으로 ‘잠은 많이 잘수록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주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모두 마친다. 정답은 ‘오답’이며, 적정량의 질 좋은 수면이 기억력 향상에 가장 효과적이다.
-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045552
-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GTB2017001361
-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735/selectBoardArticle.do?nttId=14694
- https://www.sciencetimes.co.kr/?p=258378
-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6826
- https://www.kaist.ac.kr/news/html/news/?mode=V&mng_no=531&skey=keyword&sval=MRI&list_s_date=&list_e_date=&GotoPage=1
- https://www.ksbmb.or.kr/html/?pmode=webzine&smode=viewDetail&id=202501&menu=1421&seq=37706
- https://www.chosun.com/medical/2024/06/14/WFSYHRIIOFFMRKV7G76ZSGUJ4Y/
- https://21erick.org/column/7237/
-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737/selectBoardArticle.do?nttId=14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