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신 문화평론가

 김성신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출판평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인물로서 25년 넘게 서평, 방송, 강연을 통해 독서 문화의 확장과 변화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전문가다. 그는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학창 시절부터 남다른 독서열과 책에 대한 애정이 커서 일찍이 출판사에 입사하지만, 편집자의 길이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음을 깨달으면서 출판평론가라는 새로운 전문 세계를 만나게 된다. 당시 ‘출판평론가’는 매우 낯선 직업이었고, 실제로 이 길을 걷는 이도 극히 드물었다.

문학평론이 오랜 전통을 가진 분야지만, 김성신 평론가는 ‘출판평론’의 개념이 문학의 범위를 넘어 책 전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출판산업과 문화생태계, 저작 환경 모두를 비평 대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출판평론이란 더 좋은 책이 계속 태어나고 지식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확장될 수 있게 돕는 사회적 장치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므로, 안내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는 연간 수만 종의 신간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어떤 책을 읽고, 왜 읽어야 하는지 큐레이션하는 일이 바로 출판평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김성신 평론가는 젊은 출판평론가가 드물다는 질문에 대해, 현장에는 이미 북튜버, 북인플루언서, 도서비평가 등 다양한 형태로 비평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출판평론가’라는 명칭 자체가 주는 심리적 무게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것뿐이라 해석한다. 그는 누구나 자기 선언만으로 출판평론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2019년 ‘비평연대’를 만들었고, 젊은 출판인과 문화비평가 20여 명이 긴밀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이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있다.

비평연대의 가장 중요한 강령은 경쟁하지 않고 한 편이 되어주는 연대의 감각이다. 김성신 평론가는 “정의롭거나 용감해도 쉽게 다치거나 죽지 않는 삶, 젊은 지식인들이 용감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비평연대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책에 대한 애정과 공공성을 출판평론가의 핵심 자질로 꼽으며, 돈벌이나 광고가 목적이 아니라 진정한 비판적 목소리와 사회적 역할에 중심을 둔다. 그는 본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스스로 선언하는 일이 곧 출판평론가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김성신 평론가는 미디어 친화적인 비평을 추구하며, ‘2세대 출판평론가’를 선언했다. 그는 서평, 방송, 강의 등 다양한 전달 방식을 실험하며 대중이 비평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특히 ‘TV책방 북소리’와 ‘라디오 매거진 위크앤드’ 방송을 20년 넘게 지속하며 ‘대한민국 출판계 대표 마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방송에서는 구어체의 언어를 사용해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비평가 간 연대와 문화적 맥락을 형성해서 비평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였다.

방대한 양의 신간이 택배로 쏟아지는 일상에서도 김성신 평론가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소개할 책을 고른다. 모두 읽을 수는 없기에, 저자 서문이나 목차, 프로필, 그리고 핵심 주제와 메시지를 먼저 살핀 뒤 전체를 파악한다. 책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해 빨리 판단할 수 있는 특별한 독서 요령을 갖추었다. 좋은 책에 대한 기준 또한 절대적이지 않으며, 독자의 호기심과 흥미를 더 자극하는 책을 ‘좋은 책’으로 여기며, 고정관념이 본질인 책이나 독서법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독자들에게 권한다.

김성신 평론가는 1000자 이내의 ‘숏평’ 포맷을 고안해 숏폼 시대에 맞는 서평 확산에 앞장섰고, 젊은 서평가와 비평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또, 최근 SNS나 인플루언스 기반의 큐레이션을 통해 과거 서적이 역주행하는 등, 서평가와 키퍼슨의 역할이 출판계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행위가 전문가에게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글쓰기 방식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서평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김성신 평론가는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격이며, 자기가 전공한 분야의 책을 꾸준히 비평하면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도전을 권한다. 출판 생태계에 양질의 서평가와 큐레이터가 많아질수록 책의 세상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서평과 비평은 진입장벽이 낮기에,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로 출판 비평 영역이 더욱 풍부해지고, 독자 역시 성숙해진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출판업계의 구조 문제, 정책 제안, 그리고 출판미디어의 환경 변화 등에 관해 그는 언제나 집단지성의 힘을 신뢰한다고 말한다. 내부 이해관계와 비평의 독립성 사이에서 단 한 번도 출판사로부터 편향된 서평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들며, 우리나라 출판인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출판계의 문화적 품격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출판평론가로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부심의 문제라며, 그는 ‘출판평론가’라는 이름을 단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힌다. 누구를 만나든 당당히 자신의 길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 매우 큰 행복이라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책과 출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출판산업의 미래와 업적을 만들어간다고 믿으며, 우리나라가 출판 산업적으로 제조업의 차원이 아닌, 세계 문화사를 주도하는 ‘지식 산업’으로 성장하리라는 확신을 전한다.

김성신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강연, 서평, 방송, 책에서 책을 사랑하는 일과 그를 둘러싼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끊임없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그의 여정은 결국 출판평론가, 서평가, 문화비평가들의 연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 속에서 앞으로도 많은 젊은 지성인들이 함께 성장하고, 더욱 큰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한국 출판 생태계를 키워가리라는 기대 속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