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예고한 철강 관세율은?

 유럽연합(EU)은 2025년 7월부터 철강제품에 대한 무관세 수입쿼터를 대폭 축소하고 쿼터 초과분에 대해 관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철강시장과 한국 철강업계에 직격탄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유럽 내 철강산업 보호와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다.

EU 집행위원회는 연간 무관세 할당량을 기존 3050만 톤에서 1830만 톤으로 약 47% 축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철강 공급과잉 및 경기 침체로 인해 유럽 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조치이다. 무관세 쿼터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유지되던 관행과 달리, 갑작스러운 물량 축소는 비(非) EU 국가들의 수출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번 조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쿼터 초과 철강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기존의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로 유럽 시장에 공급하던 대다수의 철강업체들이 더욱 높은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EU는 이러한 규정안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며, 국가별 수입쿼터는 추후 개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EU의 보호무역 강화 배경에는 미국의 철강 관세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이후 미국은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합금이나 기타 파생품에는 50%까지 상당히 높은 관세를 적용해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철강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촉진됐고, 유럽 역시 경쟁력 유지 및 산업 보호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유럽 경제담당 고위 집행위원은 "유럽의 제철소와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산 철강 할당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관세를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라 유럽 시장 전체의 공급 환경을 구조적으로 개편하는 조치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 국가별로 지정한 쿼터 내에서는 무관세로 철강을 수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쿼터 초과분에 대해서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오는 2025년 6월 말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만료됨에 따라, 새관세·쿼터제도(TRQ, 저율관세할당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수입철강에 대해서는 조강국 증빙 의무가 추가될 예정이다. 조강국(melt&pour)은 철강이 최초로 용해되고 주조된 국가로, 이 증빙을 통해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고 역내 생산 철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유럽 내에서 실제 생산된 철강과, 제3국에서 생산되어 역내로 유입되는 철강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철강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2024년 기준 EU로 44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해왔으며, EU는 미국과 함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이다. 새 관세·쿼터 제도 시행 시 한국 철강업체들은 수출물량 조정 및 관세 부담 증가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EU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 역시 철강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혀, 국내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다부처 차원의 지원 확대 및 철강 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수출선 다변화 등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EU의 신규 저율관세할당제(TRQ)는 회원국별 투표와 입법 절차를 거쳐 내년 6월 철강 세이프가드 만료 시점에 맞춰 도입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회 및 이사회 간 추가 협상을 통해 구체적 세부사항이 확정될 전망이다.

철강 시장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경향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시장 불확실성과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등 주요 철강 수출국은 단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부가가치 제품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EU의 이번 개편은 글로벌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중남미, 중국, 인도, 터키 등 철강 생산국들의 유럽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며, 역내 생산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업계는 공급망 재편과 가격 안정화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로 인해 유럽 및 한국 철강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출 감소와 마진 악화, 장기적으로는 시장 구조 변화와 투자 방향 조정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철강제품 종류별로도 영향은 상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고급 강재, 특수강, 미래산업 소재 등으로의 전환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EU의 철강 관세율 인상과 쿼터 축소 정책은 글로벌 철강산업의 공급과 수요 지형을 재편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 한국철강의 수출 전략 재정립과 함께 산업혁신을 요구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과 보호무역의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산업의 고도화와 시장의 다변화,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1.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013_0003360751
  2.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1200/article/6763387_36769.html
  3.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10/10/UICLUDKWVBBCNCLNFSELBYIOYM/
  4. https://www.mk.co.kr/news/world/11436974
  5.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today/article/6763348_36807.html?xtr_cate=LK&xtr_kw=N&xtr_area=k&xtr_cp=c4
  6. https://www.yna.co.kr/view/AKR20251007039953098
  7. https://www.mk.co.kr/news/business/11439026
  8. https://news.nate.com/view/20251014n03198?mid=n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