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동시간 단축으로 논의되고 있는 근로 시간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매우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주 52시간제가 사회적 기준처럼 자리잡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넘어 주 4.5일제, 즉 일주일 36시간 이하 근무로의 전환을 정부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다. 실제로 중소기업과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미 주 4.5일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크게 줄어들었다. 2014년에는 연평균 2075시간에 달했지만 2024년에는 1865시간으로 210시간이나 감소하였다. 이 감소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112시간, 미국은 34시간만 줄었기 때문에 한국의 근로시간 단축 변화는 매우 가파르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이스라엘보다 짧아졌고, 앞으로 5년 이내에는 미국보다도 더 짧아질 전망이 나오고 있다. OECD 평균과의 격차도 2014년에는 287시간이었으나, 2024년에는 158시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 중 주 36시간 이하 근로자 비중이 26.9%나 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24.8%로 중소기업이 더 높다. 동시에 주 41시간 이상을 일하는 직원도 중소기업이 28.4%, 대기업이 27.5%로 단시간·장시간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하다.
중소기업에서 주 36시간 이하 근무가 늘어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대한 기업의 적응,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 경기 침체에 따른 자연 감소 등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
이런 현상 속에서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사회적 요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감축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지, 아니면 삶의 질 개선과 혁신으로 연결될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벤처기업, 혁신기업 등 주요 종사자에게는 근로시간 규정 적용 예외를 둬야 글로벌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주 70시간 근무를 원하는 사람만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한다. 중국 중관촌에서는 ‘996제’(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 52시간제를 넘어서면 불법이기 때문에 벤처와 혁신기업에는 더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근무방식 전환과 동시에 연장근로 시간의 산정 기준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현행법상 연장근로는 주 12시간까지만 허용된다. 기존에는 1일 단위로도 제한이 있었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1주(52시간) 단위로만 총량을 관리하게 됐다.
이 변화에 따라 하루에 몰아치기 근무, 밤샘 노동 등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져 노동자 건강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하루에 15시간씩 3일을 연속 근무하거나, 하루에 21.5시간 근무하는 ‘몰아치기 밤샘 노동’이 제도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1일 연장근로시간은 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하루에 쉴 틈 없이 장시간 근무하는 관행에 법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
사회적 요구도 만만치 않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근무가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도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계와 사회적 합의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4.5일제 시범사업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일괄적용이 아니라 직무·부서별 맞춤형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금감소 없는 단축, 임금감소 있는 단축 등 다양한 방식이 따로 마련되어야 현실적 실행력이 생긴다.
정년연장, 산업안전, 저출산·고령화, AI전환 등도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노동시장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법적 테두리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생산성, 글로벌 경쟁력, 스타트업 혁신을 위해 노사가 자율과 책임을 중심으로 더 유연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된다.
이와는 별개로 실제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변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일하는 사람의 실질적 삶의 질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같이 진행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직장인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기업 경쟁력 저하와 임금 감소, 국가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사회적·제도적 극한 논의와 경쟁 속에서, 한국의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책은 단순한 숫자 변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의 삶, 기업의 문화, 국가 경쟁력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대전환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더욱 강도 높게 이어질 전망이며, 이에 따른 제도적 변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핵심 과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