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1등 안성 한우 문세윤 안성 우탕 국밥 식당
경기도 안성시 중앙로에 자리한 안일옥은 1920년대 말 안성장터 구석에 무쇠솥을 걸고 국밥을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작은 국밥집으로 출발해 지금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며 4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장인의 손길이 깃든 음식과 푸근한 인심이 어우러져 지역 대표 노포로 손꼽히며,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이라는 타이틀도 지니고 있다.
처음 가게를 연 이성례 할머니는 장터에서 배고픈 이들이 마음껏 따뜻한 국밥을 먹고 나가길 바랐다. 이후 며느리인 이양귀비 할머니가 2대, 지금은 손자인 김종열 대표가 3대를 이끌고 있다. 1대 시절엔 장작불에, 2대에선 연탄불, 현재는 가스불로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연료만 달라졌을 뿐, 아침마다 솥 불을 올리고 국밥을 끓여내는 과정엔 변함이 없다.
가게 이름 ‘안일옥’은 전쟁 이후 영업허가를 받으러 간 읍사무소에서 즉석에서 지어졌다. 안성에서 제일가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골 육수는 17~18시간 이상 푹 끓여내 다음날 손님상에 오른다. 육수 하나만큼은 소홀함이 없으며, 모든 메뉴의 기본이 된다. 설렁탕, 곰탕, 내장곰탕, 꼬리곰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그 베이스는 같다. 각 메뉴마다 들어가는 고기의 부위만 다를 뿐이다. 메뉴에 따라 우족, 꼬리, 도가니, 머리고기, 갈비, 양지, 우설 등 다양한 소의 부위가 들어간다.
안일옥의 대표메뉴는 ‘안성맞춤우탕’이다. 흔히 소 한마리탕이라 불리는 이 메뉴는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푸짐하게 넣어 깊고 진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소 한 마리의 맛을 한 그릇에 모두 담아낸 메뉴이기에,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그 풍성함에 반한다. 기본적으로 국물은 맑고 투명하며, 뽀얗고 진한 국물을 떠올리는 설렁탕과 달리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파가 어우러지는 향도 일품이며, 곁들여 나오는 국수 면발은 작게 돌돌 말려 있어 색다른 풍미를 선사한다.
김치는 당일 아침과 오후 두 차례, 신선한 겉절이로 준비되고 있다. 아삭한 겉절이는 뜨끈한 국밥 위에 올려 먹기 좋다. 큼지막하게 썬 깍두기는 주 1회 담가 숙성시켜서 내놓는다. 설렁탕 한 입, 깍두기 한 입의 조화, 가끔은 깍두기 국물을 설렁탕에 넣어 먹는 별미 경험도 할 수 있다. 김종열 대표는 “식당 문 넘는 사람은 누구든 배고파서 온 것이니 반드시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지키고 있다. 손님을 위한 배려와 푸짐함은 100년 내내 안일옥을 대표하는 정신이다.
가마솥에서 끓인 육수는 은은한 불에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완성된다. 쉬운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었으나, 선대의 방식과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IMF 때 가게의 위기가 있었으나, 김종열 대표는 퇴직금까지 털어 경영권을 지키며 가업을 이어왔다. 그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식당을 운영하며, 자식 세대 또한 안일옥의 정통을 잇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안일옥은 지역사회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정기적으로 독거노인을 초청해 식사와 작은 기부행사를 진행하며,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어느 시절이든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는 집,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집이라는 명성은 마을 곳곳에 퍼져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안일옥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는 소왕갈비찜 밀키트 등을 출시해 전국으로 택배 판매도 시작했다. 밀키트는 1.5kg의 넉넉한 양과 간편 조리방식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안성의 전통 국밥집의 맛을 전국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됐다.
2018년에는 ‘백년가게’로 선정되어 그 명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30년 이상 꾸준히 운영되며, 혁신적이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가게에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지역의 명소이자 스토리가 살아있는 공간인 안일옥은, 앞으로의 100년도 변함없이 깊은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안일옥의 자랑은 음식의 맛, 그 자체뿐 아니라 창업주의 신념에 바탕을 둔 정성과 세대를 이어가는 가족의 연결고리다. 실제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반찬 하나, 고깃덩이 하나에도 가족의 애정 어린 손길이 깃들어 있다. 안성의 골목골목, 장터의 역사가 깃든 맛집에서 국내외 손님이 찾아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종열 대표의 아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우며, 한식 조리학과 진학 이후 호텔조리와 해외 대사관 취사 경험까지 쌓으며 4대의 준비 중이다. 각각의 세대가 겪은 어려움과 도전은 음식과 전통에 깊게 스며 있다. 고집스럽지만 따뜻한 전통,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안일옥만의 ‘밥장사정신’과 맛의 뿌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오늘날 안일옥은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이다. 안성 도시 한복판, 오래된 기억이 살아 숨쉬는 공간에서,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마음과 정성이 진하게 밴 국밥 한 그릇이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누군가에겐 위로이자 희망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집과 전통, 손맛의 깊이가 바로 안일옥이 100년을 버텨온 가장 큰 힘이다.